새로운 해가 밝아오면 우리는 늘 좋은 습관을 만들고자 다짐하곤 합니다. 아침에 운동하기, 일찍 일어나기, 영양제 챙겨 먹기, 일기 쓰기... 여러분은 밝아온 2022년에 어떤 습관을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하지만 이런 목표는 작심삼일, 혹은 작심한달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 습관 만들기를 도와주는 앱을 만드는 팀이 있습니다. 행동과학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더욱 쉽게 루틴을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 '루티너리'를 만드는 서인석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interviewer. 신소민
루티너리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서) 루티너리는 사용자들이 루틴을 만드는 걸 도움으로써 사용자들의 일상을 바꿔주는 앱 서비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주로 원하는 시간대, 예컨대 아침이나 저녁에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론을 제공하면서 목표를 조금 더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루티너리 팀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하고, 플랫폼의 형태로 제공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루티너리는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서) 루티너리의 시작은 개인적인 동기가 강했습니다. 습관이나 행동변화에 관심이 많았고, 제가 창업을 결정했던 시기가 디자인 관련 외주업을 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상황이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하루 중 반드시 성공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 답은 거창한 것보다는, 물 마시기, 이불 개기 등 사소한 습관들이더라고요. 이런 서비스를 앱으로 만든다며 사용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루티너리 앱을 만들게 됐습니다.
사람의 의지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획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서) 초반 기획 과정에서 존재하는 서비스들을 들여다보니 체크리스트 앱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장기적으로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습니다. 결국, 습관을 만드는 것이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적절한 환경에 노출이 되면 행동이 쉽게 바뀔 수 있겠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사람의 의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 핵심적인 가설이었습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다분히 셀프 테스팅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 의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바꾸고 싶은지, 그 미션 달성을 위한 환경을 설계하자는 방향성을 검증했고요. 이런 가설 검증이 현재 루티너리의 기초가 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디자인 전공이시라고. 이전의 백그라운드나 근무경험이 루티너리 창업과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서) 우선 저는 건축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졸업 작품이 끝나고 포폴을 정리해보니, 제가 디자인했던 공간들은 멋지고 아름다운 공간보다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UX적인 관점에서의 공간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더하기보다는 '빼기'였고요. 이렇게 '빼기' 잘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본질을 모바일 서비스에도 그대로 적용하게 된 것 같아요. 미니멀하고 직관적이고 쓰기 쉬운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을 핵심 가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루티너리 팀원들도 이 앱을 사용하나요?
서) 우리 루티너리 팀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앱의 철학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환경을 바꾸면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믿듯이 팀 운영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를 잘 내고 토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생각들이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의 조경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그 영향 때문인지, 저희 팀원들이 루티너리 앱의 진짜 유저들이기도 합니다. 유료 구독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요(웃음).
루티너리는 생산성에 관심 많은 진짜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 시장의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셨나요?
서) 우선 저는 습관과 행동변화에 관한 문제는 누구나 가지고는 있지만 해결하기 힘든 인류의 과제라고 항상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자기 계발의 영역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행동의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것에 생활과 밀접한 니즈가 있기도 하다는 점을, 초기 서비스를 만들었을 때 상대적으로 행동 정립에 대한 니즈가 큰 ADHD 환자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발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서비스 테스트 과정에서 내 아침이 바뀌는 경험을 하고 나니, 니즈가 큰 영역에 잘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치료 영역까지 바라보고 계시는군요. 이런 루티너리의 가치를 사람들이 잘 이해하고 있나요?
서) 서비스를 만들면서, '설득'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첫 번째는 사용자 설득, 두 번째는 투자자 설득이었는데요. 일단 사용자들에게 루틴에 대해서 설명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해외 사용자 비율이 높은 편인데, 해외 사용자들은 오히려 루틴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는 문화입니다. 특히, 10대 여성 사용자 비율이 높아요. 국내 유저들에게 저희 앱의 기능을 설득하고 학습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튜토리얼과 가이드에 신경을 많이 썼고요.
또, 저희가 추가하는 것보다는 핵심을 제외한 기능을 빼는 데 앱의 초점을 맞추다 보니, 외부의 평가는 디자인적 요소에 대해서 더 액티브한 변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우리 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설명하는 점도 어려운 점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과정에서 저희 서비스가 더욱 단단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루티너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는 무엇인가요?
서) 앱을 통해서 유저들에게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저희 앱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그런 가치 하에 현재까지 저희 앱은 마케팅을 배제했는데요. 이런 습관 앱에서 공격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푸쉬를 많이 보내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였습니다. 결국 저희가 유저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앱 서비스에 들어왔을 때 나만의 공간이라는 선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기능을 조율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마케팅을 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에 마케팅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지금 루티너리 앱에는 꼭 필요한 기능들이 추가되어야 하는 과정이 많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저희의 현재 핵심 기능인 타이머 기능에 더불어 회고 시스템이나, 내 루틴과 정체성을 연결하는 기능 등을 시스템화 시켜서 특정한 루프를 만드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행동과학을 고려하고 있고요.
루티너리에 적용된 '행동과학'이 뭔가요?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서) 사람들이 실제로 아침 루틴을 계획할 때,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할지라도 행동에 옮기는 부분은 다른 이야기거든요. 루티너리가 생각하는 행동과학은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설계를 통해서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의 첫 번째 기능인 '타이머'가 그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이머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리밋을 줬을 때, 계획한 행동에 자연스럽게 포커스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죠. 그렇게 한 가지 행동 시작을 유도하면, 바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이런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과학적인 검증을 바탕으로 설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앞서 치료의 영역까지 바라본다고 하셨는데요. 루티너리가 그리는 더 큰 그림을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서) 루티너리가 지금은 습관을 개선하는 1차적인 목표로 했는데요. 이렇게 일상에서 접근해서 확장하다 보면, 결국에는 이런 습관 형성이 생존이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분들에게 적용되는 그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즉, 습관의 개선뿐만 아니라 습관의 치료 관점으로 확장되는 지점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정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 노출됐을 때 쉽게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데이터로 계속 검증하고, 연구를 거듭하면, 다양한 환자 유형에서 일상을 조금 더 개선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다음 단계의 그림이고요.
예컨대, ADHD 환자뿐만 아니라 불면증이나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분들에게 인증된 모듈을 적용하기 위한 생활 밀착형 앱들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습관 형성을 위한 모듈이 루티너리 앱 안으로 들어왔을 때 환자분들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만 일상 속에서 녹아드는 치료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로벌 사용자 비율이 높습니다. 최근 글로벌 다운로드 100만을 기록하시기도 했는데요. 어떤 이유인가요?
서) 외국 사용자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유저들에 비해 루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루틴에 학습이 된 사용자들이 높은데요. 그 반증으로 한국 유저들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연령분포가 가장 많은 반면, 해외 사용자들의 연령층은 10대 후반~20대 초반이 많습니다. 즉, 습관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럽고 쉽다고 느끼는 거죠. 그 원인으로는 청소년기에 받는 교육 커리큘럼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글로벌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유저들이 습관 형성의 중요성과 조금 더 친해지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루티너리는 사용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서) 루티너리는 삶이 어지러울 때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앱이고 싶습니다. 결국, 루틴이라는 것을 '규칙'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루틴이라는 일정한 규칙이 오히려 나머지 부분에서 삶의 자유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가치인데요. 이런 각자의 루틴의 유형을 모두 포괄하는 조금 더 넓은 개념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저희 서비스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DHP를 만났을 당시 루티너리는 어떤 팀이었나요?
서) 저희가 다운로드 15만 정도였을 때 DHP를 처음 만났는데요. 당시 저희는 '행동과학'을 적용한다고 하긴 했지만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에 인연이 있던 HCI전문가이신 장진규 파트너님과의 인연으로 DHP를 만났고, 결론적으로는 이 분야 전문가이신 파트너들의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투자를 받으면서 가장 도움을 받았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서)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서비스를 만드는 데 '설득'의 과정이 가장 어려웠는데요. 투자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바라볼 때는 필연적으로 서비스를 더하는 것들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DHP는 IR 등의 과정에서 저희 앱의 가치를 이해해주시고, 단순함과 직관성이라는 장점을 마음껏 설득한 수 있도록 잘 들어주신 점이 좋았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DHP는 이런 IR의 과정에서 다른 투자사와는 다르게 정서적인 지지를 해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 서비스에 대해서 진심 어린 응원을 해주셨고, 특히 의료 필드에 계신 전문가 파트너분들이 저희 앱의 가치를 잘 이해해주셔서 저희 서비스를 고도화시키는 데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DHP의 투자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 DHP의 포트폴리오 프로그램 중 'CEO살롱'이라는 세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포트폴리오사 대표님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고충을 나눌 수 있는 세션이 열리는데요. 이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리다 보니 서비스를 만드는 데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고, 리프레쉬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어떤 지점에서 한 가지에 매몰되는 부분이 있기도 한데, 이런 부분들이 많이 해소가 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대표님들이 서로 울분(?)을 토하시면, 그런 부분들에서 크게 위로받기도 하고요(웃음).
다른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게 DHP를 추천한다면?
서) DHP가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라는 점 자체가 가장 큰 메리트가 되곤 합니다. DHP의 포트폴리오로 묶였다는 사실만으로 저희가 사용자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제로 그런 부분들 때문에 외부적으로 좋은 평을 받곤 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개척하시려는 모든 스타트업들에게, 이 산업 분야가 외롭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인간'에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에 가장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요. 그런 고충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기다려주고, 함께 해주시는 든든한 투자사이자 파트너라는 점에서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습관이 만들기 힘들다는게, 우리 의지의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루티너리. 지금은 루틴 앱으로 시작하지만, 루티너리가 그리고 있는 조금 큰 비전을 지켜봐주세요. 글로벌로도 더욱 확장해나갈 루티너리를 기대합니다.
또, DHP와의 시너지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