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17, 2022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들을 시리즈로 만나봅니다. 각기 개성 강한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하나만 보고 다양한 팀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는 파트너들. 다섯 번째 주인공은 유규하 파트너입니다.
아마도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업계에 유규하 파트너만큼 독특하고 귀한 이력은 없을 것 같은데요. 의료기기 규제와 인허가 가이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유규하 파트너는, DHP에서는 규제 분야에 대한 스타트업의 정보 비대칭성의 해결사 같은 분입니다. 인터뷰 내내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영역과 산업계에 동시에 몸담으며, 밸런스를 유지하는 분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nterviewer. 신소민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기 또는 의료제품의 글로벌 임상시험, 인허가와 보험급여 등재에 대한 규제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기술사업화실을 맡고 있고요. 대학원 학생들에게는 글로벌 규제과학을 강의하고, 병원에서는 특허관리, 기술이전, 교수창업을 지원해 주고 있어요. 대학과 병원에 오기 전에는 식약처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면서 의료기기 심사부장을 역임했고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혁신의 중심인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고 있지요. 자문 분야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첨단의료기기 분야나 희귀 난치질환 진료를 위한 동반진단(Companion Diagnotics) 분야, CarT치료제와 같은 면역항암제 개발과 사업화에 대한 자문도 하고 있습니다.
DHP에는 비교적 초기 멤버로 합류했어요. 최윤섭 대표 파트너와 김치원, 정지훈 코파운더가 DHP를 막 설립하고 확장을 위해 파트너를 찾고 있던 시점이었는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전문영역의 밸런스가 가장 큰 이슈였고요. 디지털 헬스케어는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전문성을 가진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에서 파트너 제의를 받게 되었고, 규제/인허가 전문가로 합류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의 방향성을 함께 설정해 나가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규제나 산업계 관점에서 무모한 사업화 로드맵을 상정한 기업들은 자문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피보팅을 돕는 일들은 보람차기도 하고요. 특히, 규제의 영향을 받는 아이템을 가진 디지털 헬스케어 초기 스타트업들은 보면, 규제 로드맵이 무모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비니지스 모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 경우 팀의 고의라기보다는, 실제로 로드맵을 짜는 데 규제적인 허들이 있는지 조차 알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런 팀들에게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게 DHP파트너로서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술의 혁신성, 사용자의 unmet needs 충족 가능성, 시장성과 경제성, 대표와 구성원의 역량과 기업에 헌신할 수 있는 의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팀의 C레벨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단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산업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서비스의 로드맵을 짤 수 있는 팀이라면 높게 봅니다. 예컨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규제산업을 처음부터 뚫기는 쉽지 않아요. 이런 경우 웰니스 서비스로 사용자를 모으고 시장 검증을 한 후, 투트랙으로 의료용 임상시험을 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죠. 이런 전략을 잘 쓰고 있는 팀이 DHP포트폴리오 중 디지털 치료제를 염두로 웰니스 서비스로 시작하고 있는 블루시그넘과 루티너리가 있을 수 있겠네요.
펫트너와 메디히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규제산업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팀들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하고 있는 메디히어의 경우, 초창기에 우리나라의 규제 이슈로 원격의료서비스 사업모델 구성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커다란 발전이 기대되는 기업이에요.
펫트너는 DHP가 처음으로 투자해 후속투자까지 참여한 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라는 데 뜻깊은 스타트업인데요. 펫트너가 펫시팅 서비스로 시작해, 지금은 펫 보험까지 포괄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건강검진 등은 인간만의 분야가 아니기도 하고, 인간에게 규제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들을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일종의 헬스케어라고 정의하게 된 투자건이기도 합니다. 그런 실험적인 모델로 현재도 아주 잘 성장하고 있는 케이스고요.
규제를 피해서 해외로 가거나, 대상을 동물로 바꾸거나. 이런 혁신적인 시도들은 규제와 산업계 양측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은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 의료기기와는 달리 소프트웨어 중심의 의료기기라고 볼 수 있어요. 여기에는 AI를 활용한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를 포함해서 최근에는 디지털 치료기기도 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디지털 헬스케어 범위에 의료기기만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의료기기 외에 웰니스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의료기기와 웰니스 제품은 사용목적에서 차이를 보이는데요. 의료기기가 의료목적으로 개발되는 것에 반해, 웰니스 제품은 의 목적은 건강관리입니다. 문제는, 웰니스 제품은 시장 진입이 수월한 반면에 제품 마케팅 시에 의료목적을 표방하게 되면 의료기기법 위반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문제가 뭔지 정확하게 정의하고, 그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어느 규제에 영향을 받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저희 포트폴리오나 DHP를 찾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에게는 규제 관점에서 기술개발 포트폴리오와 개발 로드맵 구성에 대한 자문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DHP도 초반에는 웰니스나 펫 헬스케어 서비스에는 상당히 보수적이었어요. 의료법 등 규제가 적용되는 산업 분야와 웰니스 영역은 비즈니스 모델이 상당히 다른데요. 의료 분야는 특히 규제나 인허가가 걸친 경우가 많아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측면에서는 보수적으로 다뤄지는 것도 맞고요.
DHP가 웰니스 스타트업까지 모두 검토하기 시작한 계기는, '규제의 허들이 비교적 낮은 영역도, 충분히 인간의 헬스케어를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었어요. 규제의 허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파트너들이었기에, 역설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가능했고요. 당시 이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웰니스 트렌드는 미국에서도 이미 움직임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저를 비롯한 DHP 구성원 모두가 투자를 수단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에 건강한 기여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규제와 산업계의 밸런스를 반드시 고려하고 있고요.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큰 발전을 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금기 시 되었던 원격의료도 한시적이나마 허용되고 있고,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지속되는지 여부는 현재 논의 중에 있고요. 원격의료를 차치하고라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향후에도 진료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포함하는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 치료, 진단&치료영역에서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풀고자 하는 문제가 명확한 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 과정에서 기술의 혁신성을 표방하고, 기업의 생존이 목표가 되지 않는 팀들이 많이 나오면, 건강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의료기기산업학과 (학과장, 교수)
현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 기술사업화실 (실장, 교수)
현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파트너)
현 국무조정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바이오헬스 분과위원회 (위원)
현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현 보건복지부 보건신기술(NET) 종합심사위원회 (위원)
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심사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