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 2022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들을 시리즈로 만나봅니다. 각기 개성 강한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하나만 보고 다양한 팀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는 파트너들. 일곱 번째 주인공은 최윤섭 대표파트너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인생을 걸었다는 사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패가 본인 커리어의 성패와 일치한다는 사람. 그렇기에 투자를 수단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팀에게 배우고, 스스로도 틀을 깨고 성장하기 위해 다분히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 진심으로 다져진 축적의 힘일까요, DHP의 시장에서의 입지에도 근거 있는 자신감이 묻어났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어쩌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성장을 위해서, 인생이 되었건 무엇 하나 건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새삼 생각해보았습니다.
interviewer. 신소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고, 지금은 스타트업 투자라는 수단을 통해 그 가치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도메인 전문가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연구자를 거치면서 IT-BT(Bio Technology) 융합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왔습니다. 이제는 그 도메인 전문성을 벤처투자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인생에서 어떤 일을 결정할 때의 대원칙 중 하나가 '유니크한 일을 하자'는 것이에요. 지금까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여러 옵션들 중에서 가능하면 남들과 달라질 수 있는 선택지를 골라왔습니다. 그런 선택들이 쌓인 지금 되돌아보면 옳은 선택들이었다고 판단되고요. 즉,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극대화해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제가 가진 도메인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유니크하게 레버리지 할 수 있는 범위에 포함이 된다고 판단했어요. DHP를 창업한 2016년 당시에는 더더욱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투자였고요. 이 분야에만 투자하는 포지셔닝의 회사를 만들면, 이 분야에서는 큰 기회가 있다는 판단 하에 DHP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헬스케어 전문인력으로 파트너를 구성하다
저는 한국의 벤처투자자들이, 특히 특정 도메인에 있어서는 지금보다 훨씬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전문가로서 뿐만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졌을 때 스타트업에게 투자자로서의 가치를 가장 크게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특정 분야의 벤처투자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닙니다만,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이 전문적이면서도 기술, 규제가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저희는 의료 특정 분야의 문제를 디지털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들을 많이 만나는데요. 이들로부터 자주 듣는 기분 좋은 피드백 중의 하나가, 'IR을 할 때 DHP는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려는지 잘 이해해줘서 좋다'는 것이에요. 다른 VC에 가면 EMR이 무엇인지, 당화혈색소가 무엇인지, 의료 전달체계가 무엇이며, 디지털 헬스케어가 왜 중요한 지부터 설명해야 하는데, 저희는 그런 설명은 아예 생략해도 되거든요. 더 나아가, 의료 현장의 니즈나 현재 시장의 문제점도 저희가 잘 파악하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가설이나, 앞단의 설득에서 힘을 빼기보다, 본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를 더 잘 설명하시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을 때만 이런 비용을 줄여주는 게 가능합니다. 저희가 한 편으로는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기를 끊임없이 경계하기도 하면서도,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밸류는 이런 부분에서 명확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이템을 정해서 올인하는 것보다 여러 아이템에 기여하는 게, 제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브랜드, 네트워크를 더 잘 레버리지 할 수 있고, 이것이 시장에서도 더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로는, 제가 한 가지 아이템에 올인할 수 있는 역량이나 그 모든 리스크를 짊어질 용기나 그릇의 크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고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감히 선택하지 못했던 길을 가시는, 저희 포트폴리오를 비롯한 대표님들을 보고 있노라면, 겸손해지기도, 존경스럽기도, 또 그분들의 무거운 책임감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DHP 창업 당시에도, 지금도 디지털 헬스케어가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확정된 미래입니다. 그 확정된 미래를 누가,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이냐에서 스타트업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보고요. 이런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여러 단계에서, DHP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계가 극초기라는 결론이었습니다.
한 편, 기업의 관점에서 DHP도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데요. 극초기 투자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DHP의 레버리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확장 방향성에는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하는데요, 여기서 첫 번째 스텝을 밟고 있고요. 극초기 투자의 기회를 잡는 전략을 쓰면서, 이 정체성을 살려 3차원으로 성장하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습니다.
1) 시드~시리즈 A를 넘어서, 뒷단계까지의 투자 참여
2) 글로벌 VC 등과의 협력을 통한 해외 투자로 확대
3) 의료기기나 바이오 등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 범위의 확장
저희는 아직은 리소스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로도 확장해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디지털 헬스케어는 해외 시장에서도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디지털 헬스케어가 아닌 이외의 분야로의 확장은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라는 아이덴티티를 계속 고집해나갈 생각입니다.
극초기 투자를 하는 분들은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실 것 같아요. 결국에는 대표자를 가장 크게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초기 투자의 경우 정량적인 지표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팀을 보게 되고 그 팀 중에서는 대표자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대표자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떤 성장을 하셨는지를 주로 보고요.
역량 중에서는, '스마트함'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스마트함'은 단순 학벌이나 학위에서 오는 'Book Smart'보다는, 'Street Smart'인데요.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설을 세워서 실험과 데이터 기반의 문제 해결 방식을 가지신 분을 선호해요. 단순히 감으로 의사결정 하는 것이 아니라요. 또한 대표님께서 경영자로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분이신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스타트업은 결국 대표가 성장하는 만큼 성장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대표님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려고 노력을 많이 기울입니다. 어떤 대표님을 찾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개인 브런치에 관련해서 정리한 글이 있는데, 이 글 한번 참고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벤처투자자가 바라보는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가의 특징")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 대표자와 함께 일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결론적으로 이런 스마트함과 인간적인 매력 등 정성/정량적인 요인을 고려했을 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본다는 것은, 결국 현재의 직원들, 앞으로 합류할 직원들과 후속 투자사들이 이 회사와 함께 일하고 싶을까를 간접적으로 판단해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DHP도 이러한 성장지향적인 대표님들께 배우며, 팀과 동반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DHP의 방향성과 시장의 니즈가 맞아떨어질 때
우리의 의식주를 생각해 봤을 때, 결론적으로 건강과 관련되지 않은 게 많지 않습니다. 동시에, 현대사회에서 이와 관련된 서비스들이 디지털화되지 않은 것도 별로 없죠. 그래서 저를 비롯한 DHP 파트너들도 디지털 헬스케어의 범위를 꽤 넓게 보는 편이에요. 흥미롭게도 외부에서는 이 범위가 너무 넓다고 보시는 분도 있고, 또 반대로 너무 좁다고 보시는 분도 있습니다. 저는 적어도 그 시장 안에서 우리가 여러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만큼은 충분히 크며, 저희가 도메인 전문성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는 충분히 작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참여한 해피문데이 투자를 들 수 있는데요. 해피문데이의 초기 모델은 친환경 생리대의 커머스 중심이었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김도진 대표님과는 제가 개인적인 인연이 오래되었는데도, 한동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아니어서 안타깝게도 저희와 접점이 없었는데요. 다행히도(?) 이후 사업 범위를 헤이문이라는 앱 서비스로 확장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저희 DHP의 투자 대상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해피문데이가 저희 자랑스러운 포트폴리오 중에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창업자가 짊어진 무게에 공감해주는 투자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표님들도 대표이기 이전에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정신적 스트레스, 육체적 건강악화 등의 요인이 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잘하고 있는 팀, 조금은 머물고 있는 팀 대표님들 모두 저희에게 허심탄회하게 고민 이야기를 할 때, '잘하고 있구나', 생각하곤 합니다. 제가 투자사 대표이지만, 결국에는 항상 런웨이를 고민하고 있는 한 명의 창업자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대표님들과의 공감대가 더 잘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의 가장 큰 미션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님과 팀의 동반자이자, 친정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저희를 일반적인 주주나 투자사가 아니라, '친정' 같다고 표현해주시는 대표님들이 많으시고요. 심지어 어떤 분들은 스승의 날에 전화를 주시기도 해요. 저희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을 스타트업과 함께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표님들께서 다른 투자사와는 조금 다르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저희 대표님들도, 저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니까요.
다시 태어나도, 이번 생과 똑같이 살고 싶을 만큼 재밌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인생을 건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 미션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저희가 생각했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에 큰 보람과 의미를 느낍니다. 때문에 은퇴를 하거나, 경제적 자유를 얻은 이후라고 하더라도 저는 지금과 똑같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과 일하고 싶습니다.
초반에 DHP를 만들 때는 저 또한 대표자의 입장으로서 매우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요. 당시 시장에 디지털 헬스케어 버티컬 섹터를 전문으로 투자하는 플레이어는 없었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이 가설의 7년 동안의 검증을 통해,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방향의 결과들이 나오는 것 같아서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 세월을 버텨왔다는 자신감도 있고요. 이제는 시장에서 DHP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DHP가 해오고 있는 일들을 더 잘, 규모 있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게 됩니다.
DHP에게 되려 힘을 실어주는 포트폴리오 스타트업
DHP 파트너들을 비롯한 멤버 모두가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에 진심인 분들이에요. 하나의 가치를 지향하는 동반자로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진정성 있게, 누군가는 말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포트폴리오를 돕고 있고요. 특히 전문 네트워크와의 연계, 한 달에 2번 이상의 빈도로 진행되는 포트폴리오 개별/단체 멘토링, 의료분야 전문 자문단과의 오피스아워, 그리고 슬랙상에서의 24/7 인터렉션은 DHP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저희가 올초 투자한 킬로(밀리그램)의 오형준 대표님께서 'DHP가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투자사라서 놀랐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DHP도 제한된 리소스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투자사보다도 '스타트업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을 더 잘 이해하는 투자사라고 확신합니다. 정말인지 궁금하시다고요? 저희 포트폴리오 대표님 중 아무나 붙잡고 언제든 물어보시면 됩니다. 하하.
현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대표파트너 & 공동창업자
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외래조교수
현 식약처 정책자문위원회 자문, 의료기기심사부 전문가 협의체 위원
현 심평원, 혁신의료기술 전문가 협의체 자문
현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발기인/기획이사
전 성균관대학교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
전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연구조교수
전 KT융합기술원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암연구소 연구조교수
전 포항공대 생명공학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
전 Stanford University, Department of Chemical & Systems Biology 방문연구원